윤 동 주 - 병 원

시(詩) 2009. 4. 4. 16:20
病 院

윤 동 주

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, 病院 뒤뜰에 누워,
젊은 女子가 흰 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일광욕을 한다.
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女子를 찾아오는 이,
나비 한 마리도 없다.
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.

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.
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.
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.
이 지나친 시련, 이 지나친 피로,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.

女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
화단에서 금잔화(金盞花)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
병실 안으로 사라진다.
나는 그 女子의 건강이 -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
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본다.
Posted by 커피중독인
,