회한의 章

이  상

가장 무력(無力)한 사내가 되기 위해 나는 얼금뱅이었다.
세상에 한 여성(女性)조차 나를 돌아보지는 않는다.
나의 나태(懶怠)는 안심(安心)하다.

양팔을 자르고 나의 직무(職務)를 회피한다.
더는 나에게 일을 하라는 자는 없다.
내가 무서워하는 지배(支配)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.

역사(歷史)는 지겨운 짐이다.
세상에 대한 사표(辭表) 쓰기란 더욱 지겨운 짐이다.
나는 나의 글자들을 가둬 버렸다.
도서관(圖書館)에서 온 소환장(召喚狀)을 이제 난 읽지 못한다.

나는 이젠 세상에 맞지 않는 입성이다 봉분(封墳)보다도 나의 의무는 많지 않다.
나에겐 그 무엇을 이해(理解)해야 하는 고통(苦痛)은 깡그리 없어졌다.

나는 아무 것도 보지는 않는다.
바로 그렇기에 나는 아무것에게도 또한 보이진 않을 게다.
비로소 나는 완전히 비겁(卑怯)해지기에 성공한 셈이다.
Posted by 커피중독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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